“우리는 운영자가 아니라, 행복을 짓는 정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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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수원시아파트입주자대표협회, 2026 춘계세미나에서 찾은‘ 공존의 미학

4월 11일 오전 9시, 수원 88공원. 평소라면 아파트 관리규약과 시설 보수 문제로 머리를 맞대고 있었을 사단법인 수원시아파트입주자대표협회(이하 협회) 회원들이 오늘만큼은 무거운 직함을 잠시 내려놓았다.

버스 세 대에 나누어 탄 회원들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시동이 걸리고 버스가 부드럽게 출발하자, 차 안은 이내 명절을 앞둔 귀성길처럼 활기찬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마이크를 잡은 각 차량 인솔자들은 분위기를 띄우며 “오늘 하루는 아파트 민원과 법적 분쟁을 떠나, 우리 스스로가 가장 행복한 주민이 되어보자”라고 외치자, 여기저기서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10년 차 기자인 나에게도 이들의 출발은 단순한 야유회가 아닌, 공동체라는 이름의 강력한 엔진이 예열되는 소리로 들렸다.

딸기 농장의 마법, “아기농부 농장에 도착하니 아이가 되었습니다“

첫 목적지인 딸기 농장에 도착하자, 그야말로 ‘딸기 향의 습격’이 시작되었다. 붉게 잘 익은 유기농 딸기가 초록 잎 사이로 보석처럼 박혀 있었다.

본격적인 체험에 앞서 이재훈 회장은 회원들 앞에서 협회의 존재 이유를 강조했다. “협회의 진정한 힘은 서류 뭉치 속이 아니라 바로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의 발걸음에서 나옵니다. 우리가 즐거워야 우리 단지의 입주민들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오늘만큼은 마음껏 드시고, 마음껏 웃으며 내일을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시기 바랍니다.“

회장의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농장은 ‘딸기 파티’ 현장으로 변했다. 회원들은 나만의 딸기 용기에 붙일 그림에 크레용으로 색칠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갓 구워진 와플 위에 딸기 콩포트를 얹고, 그 위에 생딸기를 듬뿍 올린 ‘협회표 딸기 디저트’를 한입 베어 물 때마다 탄성이 터져 나왔다. 또 미리 준비된 재료를 활용해 ‘딸기 아이스크림 만들기’에 몰입했다. 차가운 아이스크림 베이스에 신선한 딸기즙을 넣고 주걱으로 쉼 없이 저어 만드는 과정은 어른들을 순식간에 동심으로 돌려놓았다.

수확 체험은 그야말로 절정이었다. 현장에서 바로 따서 입에 넣은 딸기는 마트에서 사 먹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달콤함을 선사했다. “와, 이게 바로 자연의 맛인가요?”라며 입가에 빨간 딸기즙을 묻힌 채 활짝 웃는 회원들의 모습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아파트 관리의 딱딱한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너나 할 것 없이 플라스틱 용기 가득 탐스러운 딸기를 담으며 “집에 있는 가족들에게 이 봄을 그대로 가져가겠다”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우리꽃식물원, 벚꽃이 쓴 봄의 서사시를 걷다

오후에는 봄기운이 정점에 달한 ‘우리꽃식물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서의 일정은 단순한 관람이 아닌, ‘아파트 조경의 미래’를 고민하는 교육과 힐링이 공존하는 시간이었다.

회원들은 3개 조로 나뉘어 움직였다. 전문 해설사가 동행한 2개 조는 ‘실전 조경 학습’에 집중했다. “아파트 화단에 이런 종류의 꽃을 배치하면 사계절 내내 생기가 돕니다”, “이 수종은 병충해에 강해 관리가 용이합니다”라는 해설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회원들은 수첩을 꺼내 들고 진지하게 메모했다. 단순히 보는 꽃이 아니라, 우리 아파트 단지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조경 모델을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유익한 시간이 이어졌다.

반면, 나머지 1개 조는 자유 산책을 선택했다. 따스한 봄바람을 맞으며 산 정상 전망대로 향하는 길, 길 양옆으로 벚꽃과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정상에 다다르자 꽃들이 온 천지를 뒤덮은 산 아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 압도적인 풍광 앞에서 회원들은 잠시 멈춰 서서 서로의 어깨를 토닥였다. “우리가 관리하는 단지도 이렇게 예쁘게 가꾸어보자”는 다짐은 그 어떤 회의보다 강력한 결속력을 만들어냈다.

결속력이라는 이름의 가장 강력한 엔진

이번 춘계세미나는 (사)수원시아파트입주자대표협회가 단순한 이익 단체를 넘어, 소통과 화합을 통해 더 나은 주거 문화를 실현하는 ‘살아있는 공동체’임을 증명했다.

10년 동안 현장을 취재하며 수많은 단체들을 보았지만, 이처럼 능동적으로 화합을 이끌어내고 그 현장의 즐거움을 아파트 단지라는 현실로 환원하려는 에너지를 가진 단체는 드물었다. 봄날의 따스한 햇살 아래, 딸기밭에서 나눈 달콤한 웃음과 식물원에서의 사색이 앞으로 수원 지역 아파트 주거 환경에 어떤 긍정적인 파동을 일으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돌아오는 버스 안, 창밖으로 노을이 짙게 깔렸다. 회원들의 표정에는 피로 대신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묵직하게 배어 있었다. 이재훈 회장이 주창한 ‘함께하는 주거 문화’는 이제 관념이 아닌, 이들의 가슴 속에서 현실적인 희망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수원=현장취재팀] 고정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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