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 있는 장애인 주차구역!! 이제는 “공존”을 말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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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 있는 장애인 주차구역!! 이제는 “공존”을 말할 때

법정 기준 초과 잉여 구역, 임산부와 함께 쓰는 배려의 공간으로

□ 수원특례시 공동주택 단지마다 해마다 반복되는 민원이 있다. 바로 주차 문제다. 세대 수는 늘고 차량은 증가하는데 주차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 그 부족한 주차장 한편에는 매일같이 비어 있는 구역이 존재한다. 바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이다.

본 협회는 이 문제를 장애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구역을 축소하자는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법이 보호해야 할 당사자가 없는 상황에서 공간만 비어 있는 현실, 그리고 또 다른 사회적 약자인 임산부가 배려받지 못하는 현실을 동시에 직시하고, 공존의 해법을 모색하고자 이 칼럼을 쓴다.

현실 진단 법정 구역은 넘치고, 주차 공간은 부족하다

□ 현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편의증진법) 제17조 제1항 및 「주차장법 시행규칙」 제5조 제8호에 따르면, 부설주차장 주차대수가 50대 이상인 공동주택은 전체 주차대수의 2~4% 범위 안에서 지방자치단체 조례가 정하는 비율 이상을 장애인 전용주차구획으로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또한 2005년 7월 1일 이후 신축된 공동주택은 이 의무가 법으로 명문화되어 있다.

수원특례시 내 500세대 규모 아파트를 예로 들면, 주차면이 600면일 경우 수원특례시 조례가 정하는 비율에 따라 상당수의 면이 장애인 전용으로 지정된다. 그러나 해당 단지 내 실제 장애인 등록 차량은 3~5대 수준에 불과한 경우가 허다하다. 나머지 상당수의 구역이 매일, 하루 종일, 단 한 대의 차량도 들어서지 않은 채 비어 있다.

반면 일반 입주민들은 퇴근 시간이면 주차 공간을 찾아 단지를 몇 바퀴씩 돌고, 임산부 세대는 먼 외곽 주차면에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것이 수원특례시 수많은 공동주택의 오늘의 현실이다. 이 간극을 우리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 매탄위브하늘채(3,391세대) 총주차면적 3,973대중 / 장애인구역 115면중 ‘현재20면 사용’

문제의 본질 제도의 취지와 현실 운용의 괴리

□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제도의 본래 취지는 분명하고 정당하다.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이 건물 출입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주차할 수 있도록 이동권과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 취지에 본 협회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문제는 의무 설치 면수가 실제 수요와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산정된다는 데 있다. 장애인이 한 세대도 거주하지 않는 단지에도, 실거주 장애인 차량이 단 2대뿐인 단지에도 동일한 비율로 구역이 지정된다. 그 결과, 법이 보호하려는 당사자는 없고 공간만 비어 있는 구역이 수원시 곳곳의 아파트 단지에서 양산되고 있다.

이는 제도의 실패가 아니라 제도의 경직성이 낳은 현실적 부작용이다. 그리고 이 부작용의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입주민, 특히 임산부와 영유아 동반 가구에게 전가되고 있다.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사실이 있다. 현행 편의증진법에 따르면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에 주차 가능 표지 없이 주차할 경우 과태료 10만원, 주차를 방해하는 행위는 50만원, 주차표지를 위조하거나 부당 사용하면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낮은 과태료 수준과 단속의 어려움으로 불법주차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으며, 정작 필요한 장애인은 자신의 법적 권리 공간을 빼앗기는 역설적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다.

해법의 방향 축소가 아닌 탄력적 공유

□ 본 협회가 제안하는 방향은 명확하다. 장애인 구역을 줄이자는 것이 아니다.

실거주 장애인 차량 수를 초과하는 잉여 구역에 한하여, 또 다른 교통 약자인

임산부에게 한시적으로 개방하자는 것이다. 다만 이 제안의 실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짚어야 할 절차적 전제가 있다. 공동주택에서 장애인 주차구역과 일반 주차구역의 운용 방식을 변경하는 행위는 단순한 관리규약 개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공동주택관리법」 제35조 제1항 및 동법 시행령 제35조 제1항 관련 별표3 제6호 가목에 따라 부대시설 변경에 해당하는 행위허가 절차가 요구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관할 지자체인 수원시와의 사전 협의를 통한 적법한 제도화 절차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전제로, 본 협회는 다음의 4가지 원칙에 따른 탄력적 운영을 제안해 본다.

원칙 1. 장애인 우선권은 절대 유지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장애인 차량의 이용 요청 시 즉각 우선권이 보장된다. 임산부의 한시적 이용은 장애인 차량이 없는 경우에 한한 조건부 이용임을 관리규약과 안내판에 명확히 명시한다.

원칙 2. 단지별 실태조사를 선행한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연 1회 실거주 장애인 차량 현황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잉여 구역 수를 공식 확인한 후 지자체 협의를 거쳐 운영 방식을 결정한다.

원칙 3. 이용 대상은 법령상 교통 약자로 한정한다

편의증진법이 명시한 교통 약자인 임산부, 영유아(36개월 미만) 동반자에 한해 이용 자격을 부여하며, 관리사무소 등록 차량만 이용 가능하도록 관리한다.

원칙 4. 지자체 협의를 통한 적법한 제도화를 추진한다

「공동주택관리법」상 행위허가 절차를 이행하고, 수원시 주차장 관련 조례 개정 등 법적 근거를 확보한 후 시행한다. 임의적 운용이 아닌 제도화된 탄력적 운영이 전제되어야 한다.

장애인 단체·여성 단체와의 연대 대립이 아닌 협력으로

□ 일부에서는 이 논의가 장애인 단체와의 갈등을 야기할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본 협회는 다르게 생각한다. 장애인의 이동권을 가장 강력하게 보호하는 방법은 형식적 구역 수 유지가 아니라, 실질적 이용 보장이다.

매일 비어 있는 구역을 숫자로만 유지하는 것은 장애인 당사자에게도 실익이 없다. 실태조사를 통해 필요한 구역은 철저히 보호하되, 명백히 초과 지정된 구역을 또 다른 사회적 약자와 공유하는 방식은 장애인 단체와 여성·임산부 단체가 함께 지지할 수 있는 사회적 연대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임산부는 편의증진법이 명시한 교통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공동주택 내에서 실질적인 주차 배려 공간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임신 후기 입주민이 먼 주차면에서 걸어오다 넘어지는 사고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아파트 단지에서 현실로 일어나고 있다. 장애인의 권리와 임산부의 안전, 이 두 가지는 결코 대립하지 않는다. 제도 설계만 올바르면 공존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 경남 사천시 임산부(가족배려) 주차구역(2025.5월 시행)

우리의 시선 주차 한 칸이 사회의 품격을 말한다

□ 주차 한 칸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 사회가 약자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의 철학이 담겨 있다. 장애인의 이동권도 지켜야 한다. 임산부의 안전도 보호해야 한다. 입주민의 정당한 주차권도 존중받아야 한다. 이 세 가지 가치가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올바른 제도 설계 앞에서는 공존이 가능하다.

사단법인 수원시아파트입주자대표협회는 어느 한쪽의 편이 아니라, 수원특례시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모든 입주민의 삶의 질과 권리를 위해 이 논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장애인과 임산부, 그리고 모든 입주민이 함께 존중받는 수원특례시 공동주택 문화를 만들기 위해, 관계 기관과 사회 각계의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을 간곡히 촉구해 본다.

【관련법령】

근거법령조항내용
편의증진법제17조 제1항장애인 전용주차구역 설치의무
주차장법 시행규칙제5조 제8호주차대수 50대이상 시 2~4% 설치
편의증진법 시행령제13조 별표3과태료 10만.50만.200만원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제35조 제1항 별표3 제6호 가목주차구역 변경시 행위허가 필요
공동주택관리법제35조 제1항공동주택 행위허가 기준

글 윤제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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