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임대인이 거주 중인 아파트를 급매한 후 임대차 목적물에 거주할 계획이라는 이유로 임대차계약 갱신거절 의사를 표시하고, 이후 임차인으로부터 계약갱신을 요구받자 아파트 인도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임대인은 소송 중 노부모를 모셔와 병원에서 가까운 임대차 목적물에 거주할 계획이라며 당초 전달한 내용과 다른 사유를 주장하였습니다.
2. 법원의 판단
원심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대차계약 갱신거절 사유인“ 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는 임대인의 주관적 의도에서 비롯되는 장래의 사정에 관한 것이어서 입증이 쉽지 않으므로, 실거주 의사가 없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 없는 한 임대인의 갱신거절은 적법하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처럼 실거주 계획이 진실한지 의문이 없지는 않은 경우에도 실거주 계획에 개연성이 있고, 임대인이 가족관계나 부동산 소유현황에 관하여 거짓말을 하거나 실거주 계획과 명백하게 모순되는 행위를 한 사정을 찾을 수 없는 이상, 갱신거절은 적법하다는 취지로 판시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임대인이 실거주하려는 경우에 대한 증명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는 것이고, 실거주 의사는 그 의사 표명만으로 인정되지 않고‘ 임대인의 의사가 가공된 것이 아니라 진정하다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사정’이 있어야 추인할 수 있다면서, 임대인의 주거 상황, 임대인이나 가족의 사회적 환경, 실거주 의사를 가지게 된 경위, 갱신요구 거절 전후 임대인의 사정, 임대인의 실거주 의사와 배치ㆍ모순되는 언동의 유무, 이사 준비 유무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대법원은 임대인의 실거주 사유 주장이 바뀌고 있는 점, 임대인이 임대 목적물 아파트 인근의 다른 아파트도 소유하고 있는 점, 자녀들이 전학 또는 이사를 준비하고 있거나 다른 아파트를 급매 처분한 사정도 없는 점, 노부모가 아파트 인근 병원에 1년에 1~5 차례 통원 진료를 받았을 뿐인 점 등을 고려하여, 실거주 의사가 입증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원심의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3. 평석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의 갱신거절 사유로“ 임대인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와 관련하여, 종래 다수의 하급심은 임대인이 실거주 사유를 주장하기만 하면‘ 실거주 목적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사유가 존재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갱신거절이 유효·적법하다고 보아 사실상 임차인에게 실거주에 대한 증명책임을 지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임대인의 실거주 의사를 판단하는 기준을 새로이 제시하며 임대인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음을 명확히 선언한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판결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더 강하게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해석됩니다. 다만, 임대인으로서는 실제 실거주 의사가 있더라도 이를 증명하기 위해 보다 구체적인 사유를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섣불리 계약갱신을 거절하지 못하거나 나아가 임차인 선별, 임대료 상승 등의 부작용을 발생시킬 우려도 있어보입니다.
위 대법원의 법리에 따라 임대인이 어느 정도로 실거주 의사를 입증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추후 법원의 판단을 주시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최근 위 대법원의 판단을 인용한 하급심들을 살펴보면, ① 임대인의 실거주 사유 통지와는 달리 임차인 퇴거 이후 아파트를 매도하기 위한 취지의 홍보글을 게시하고, 기존 주거지보다 임대차 목적물에 거주하는 것이 노부모 부양에 있어 용이하다는 사정이 없으며, 이사 준비도 없었던 경우에는 갱신거절이 부당하다고 본 사례(대구지방법원 2024. 1. 25. 선고 2023나 310639 판결), ② 임대인 소유의 다른 아파트가 없고,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을 당시 배우자의 근무지 인근에 거주하였으나 임대차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는 남편의 퇴직이 예정되어 있으며, 임대인의 자녀가 임대차 목적물 인근 원룸에 거주하고 있었던 사안에서는 갱신거절이 정당하다고 본 사례(서울동부지방법원 2024. 1.16. 선고 2023나31947 판결) 등이 있습니다.
법무법인(유한) 강남 김재영 변호사